여름의 한가운데, 도심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잠시 고요함을 찾고 싶었다.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나고 싶었지만 길지 않은 하루의 시간. 그래서 선택한 곳이 고창의 선운사와 도솔암이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몇 장의 사진이 내 발걸음을 재촉했다.
고창에 도착하니 아침 공기는 한결 맑고 상쾌했다. 선운사로 들어가는 길은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사이로 들리는 새소리는 도시의 소음과는 다른, 자연이 주는 순수한 선율이었다. 이런 소리들이 마음을 씻어주는 듯했다.
선운사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곳이 자아내는 고즈넉한 분위기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1,500년의 역사를 품고 있다는 이 사찰은 웅장함보다는 아늑함으로 다가왔다. 극락보전 앞에 서서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긴장으로 가득했던 내 마음이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절을 둘러보는 동안, 나는 가만히 앉아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일상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동안 잊고 지냈던 것들이 떠올랐다.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자연스럽게 마음이 정리되는 것을 느꼈다.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도솔암 내원궁으로 향했다. 그 길은 마치 나에게만 허락된 비밀의 숲 같았다. 나무들이 만드는 그늘 아래를 걷는 동안, 한걸음 한걸음이 가벼워졌다. 도솔암은 산중턱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은 더욱 고요했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내원궁은 그야말로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바위로 둘러처진 안에 위치한 내원궁은 처음 보는 순간 나를 압도했다. 촛불 하나하나가 만들어내는 은은한 빛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나는 그 속에 앉아 시간을 잊었다. 이 작은 공간 안에서, 나는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 "앞으로의 나는 어떠해야 하는가?" 이런 물음들이 내 안에 잔잔히 퍼졌다.
내원궁을 나서며 마음속으로 작은 소원을 빌었다. 이곳의 평화로움이 나의 일상 속에서도 계속 이어지길. 그리고 다시금 이곳을 찾아올 수 있기를.
돌아오는 길, 나는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선운사와 도솔암에서의 시간이 나에게 주었던 그 고요함은 앞으로의 나날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임을 느꼈다. 때로는 이렇게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창의 푸른 자연 속에서, 나는 잊고 지냈던 나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그 만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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