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의 일출은 언제나 신비롭지만, 흐린 날의 일출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장엄함을 품고 있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거친 바람이 바다를 휘몰아치던 아침. 수평선 위로 빛이 드러날까 싶지만, 거대한 구름이 그 빛을 삼켜 버릴 듯 무겁게 드리워져 있었다.바다는 그날 유난히 높은 파도를 품고 있었다. 하얀 포말이 파도의 꼭대기를 장식하며 무언의 힘을 드러내고, 바람은 파도에 맞서 싸우듯 쉼 없이 몰아쳤다. 그러나 그 격렬함 속에서도 바다는 결코 잃지 않는 고요한 생명을 가지고 있었다. 힘찬 파도의 일렁임 속에서도 그 깊이는 변하지 않았다.그 순간, 검은 구름 사이로 한 줄기 빛이 찢기듯 새어 나왔다. 바다는 그 빛을 기다렸다는 듯이 반짝였고, 구름 속에서 금빛의 태양이 눈부시게 비추며 그 장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