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돋보기 안경어릴 적, 아버지의 돋보기 안경은 항상 책상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자주 사용해서 기스가 나고, 렌즈는 점점 뿌옇게 변해갔습니다. 나는 어린 마음에 아버지가 왜 그 뿌연 돋보기를 굳이 쓰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냥 새로 하나 사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쉽게 꺼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 보니, 그 이유 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어느 날 문득, 아버지의 돋보기안경 을 끼고 책을 보려던 저는 깨달았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돋보기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아버지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뿌연 렌즈 너머로도 아버지는 세상을 충분히 보고 계셨던 겁니다. 아니, 어쩌면 그 렌즈를 통해 더 깊고 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