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닿는 곳에, 할머니가 있었다신안 섬마을에서 만난 한 사람, 한 계절의 이야기기억은 바람을 타고 돌아온다신안, 전남의 서쪽. 천 개가 넘는 섬이 흩어진 바다의 지도 위에서, 그중 하나가 나를 부른다. 비금도와 도초도 사이, 이름보다 감각으로 각인된 섬. 나는 다시 그 길을 따라 걷는다.기억은 늘 선명하지 않다. 하지만 바람과 함께 묻어온 풍경들은, 마치 오래된 노래처럼 낯익고 기묘하다. 여름방학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멜로디, 햇살 아래 흔들리는 손짓, 뺨을 스치는 바람의 결. 그 모든 조각들이, 눈 안 깊숙한 곳에서 천천히 겹쳐진다.그날도 그랬다. 다음 순간을 예측할 수 없던 마을 모퉁이에서,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마치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낯설지만 이상하게도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