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위에 (A Long Journey Away)
백운의 서울 직장 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전주에서의 다양한 업무 경험으로 좋은 성과를 올려, 해외 사업에 발탁되어 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새로운 업무는 그에게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했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전주에 머물러 있었다.서울 대도시의 소음과 바쁜 일정 속에서, 백운은 빈번히 지하철의 흔들림과 자동차 경적 소리에 휘둘리며 지냈다. 그러나 그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조용한 전주의 거리와 수아의 따뜻한 미소였다.
수아는 여전히 전주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카페는 정겨운 분위기와 따뜻한 인테리어로 유명했지만, 그곳의 모든 것들이 백운을 떠올리게 했다. 수아는 창가에 놓인 작은 테이블에 앉아 백운이 남긴 시를 읽으며 그의 기억을 되새겼다. 그녀는 백운의 글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와 함께한 시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해외로 떠난 백운은 새로운 곳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도, 그리움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그는 현지 팀을 이끌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지만, 매일 밤 수아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오르곤 했다. 카페에서 나눴던 짧지만 깊었던 대화들, 그녀의 따뜻한 미소가 그의 마음속에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는 일을 마치고 시를 읽으며 마음을 달랬다. 시의 구절 하나하나가 수아의 목소리처럼 들렸고, 그녀의 존재가 더욱 가까워지는 듯했다. 그러나 백운은 수아에게 연락하는 것이 옳은지 망설였다. 그녀가 그의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밤이 깊어지면 수아에 대한 감정은 더욱 강렬해졌다. 백운은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혼자 미소 짓고, 때로는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감정을 억누르고,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며 먼 길을 견디기로 다짐했다. 비록 그가 머무는 새로운 도시는 낯설었지만, 백운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수아가 자리하고 있었다.
밀리 섬에서의 생활은 백운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중동의 하늘 아래, 그는 먼 항구 도시를 지나 자그마한 섬나라에 도착했다. 이곳은 관광 개발을 돕기 위해 초청된 백운의 새로운 일터였다. 섬을 맞이한 것은 거친 바람과 바다의 깊은 푸른빛이었다. 상원의원의 초청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 상원의원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징용된 한국인과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이었다. 섬의 역사는 그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었다. 전쟁의 상처는 여전히 이곳에 묻어 있었고, 그가 느끼는 시간의 무게는 말로 다할 수 없었다.
밀리 섬은 모계 사회였다.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섬을 운영하고, 강인한 생활력을 보여주었다. 해변 근처 작은 어촌 마을에서 만난 한 노부인은 섬의 역사와 여성들이 이끌어가는 삶의 힘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녀의 손에는 물살에 마모된 작은 돌들이 쥐어져 있었고, 그 돌은 이곳 사람들의 굳건함을 상징하는 듯했다. 백운은 그들의 눈빛에서 흔들림 없는 결심과 용기를 느꼈다.
그가 맡은 관광 개발 사업은 큰 도전이었다. 이 섬은 아름다웠지만, 자연의 경이로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꿈꾸고 있었다. 백운은 외지인으로서 이곳의 문화를 존중하며 일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개발이 단순한 물리적 변화가 아니라, 섬 사람들과 함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상 속에서도 백운은 수아를 잊을 수 없었다. 수아는 전주의 작은 카페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백운은 밤이 깊어지면 수아와 나누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그녀의 모습을 담은 시를 읽곤 했다. 그의 마음은 여전히 수아에게 가 있었고, 멀리 떨어진 이 섬에서도 그녀의 존재는 그에게 깊은 위안이 되었다.
밀리 섬의 밤은 고요했다. 별빛 아래에서 백운은 섬의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이곳은 그의 몸을 묶어두고 있지만, 마음만은 늘 수아가 있는 곳으로 향해 있었다. 밀리 섬의 여성들은 고요한 힘으로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지만, 백운은 그 고요 속에서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의 시간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자연에서 온 마레뷰티, 당신의 피부에 생기를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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